이해준 감독은 '죽은 사람들'을 한 섬에 내려 놓고는 그들을 살려 내는 마법을 부린다. 한강에 뛰어내려 섬에 갇힌 김씨와 방에 갇힌 김씨. 현실이라면 남자 김씨는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 익사 시체1이 되었을 것이고, 여자 김씨는 엄밀하게는 이미 죽어버린 인물이다. 이 죽은 두 사람은 민방위 싸이렌 소리와 함께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 받는다. 싸이렌 소리는 도심에 넘쳐나는 소음과 나와는 관련 없는 부산한 움직임을 멈추고 이 두 명의 김씨만이 존재하게 한다. 신의 소리다.
한국 코미디 영화가 비현실적인 의리남들을 한데 모아 놓고 아무도 쓰지 않는 사투리를 쓰게하며 웃음 유발에 공을 들인다면, <김씨표류기>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살고 있을 토익 700점 짜리 무능력한 남자 김씨와 얼굴에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외톨이 여자 김씨를 도심의 섬에 불러들여 몸 개그를 선보인다. 외설적인 사투리를 '씨부리며' 씨익 웃어 보이는 재떨이 대신, 짠 맛을 내는 자신의 몸을 핥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'건실남(?)' 김씨가 있다.
영화 속 민방위 싸이렌 소리가 영화 속 두 명의 김씨를 구명하고, 현실의 최씨 한 명까지 구출한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, 이 거대한 반섬(한반도)에 휩쓸려 내려온 우리가 가진 유일한 구호물품이라고는 '대출은 원캐싱 원캐싱'라고 손짓하며 '무이자 무이자'라고 유혹하는 핸드폰 뿐이라니! 민방위 싸이렌 소리가, 아니 자신과 당신을 만나게 할 신의 소리가 간절하다.
어디 그런 소리 없나요?
이글루스 가든 - 내맘대로 영화해석



덧글
동굴아저씨 2010/07/15 11:22 # 답글
없더군요.포기하면 편해요.(음?)
박하사탕 2010/07/15 13:17 #
불편해지고 싶습니다!
안녕학점 2010/07/15 17:19 # 답글
제가 읽은 이 영화 리뷰 중에서 가장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포스팅이네요! 링크하고갑니다.
박하사탕 2010/07/15 19:03 #
와 감사합니다. 설마 이 영화의 리뷰는 이것이 처음인건 아니겠죠ㅋ